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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동」에서 삭제된 장면만 추려도 단편영화 한 편 분량이 나옵니다. 경주의 과거, 상필의 첫 월급, 택일의 화장실 씬까지, 제가 이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솔직히 감독이 상당히 아까운 걸 많이 잘라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원작 웹툰과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현장에서 어떤 선택들이 있었는지 직접 파고들어 봤습니다.

    원작 웹툰과 영화의 결정적 차이

    일반적으로 웹툰 원작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시동」은 그 공식을 꽤 과감하게 깼습니다. 조금 작가의 원작 웹툰은 주인공들이 동네 일진짓을 하며 삥을 뜯는 꽤 어두운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그냥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순화했고, 완전히 다른 온도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싱크로율(Sync Rate) 즉,  쉽게 말해 원작 캐릭터와 배우가 얼마나 겹쳐 보이는지의 정도는 영화 전반에 걸쳐 높은 편입니다. 특히 거석 역의 마동석은 원작을 보고 나서야 "이 역할은 마동석 말고는 없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습니다. 반면 19살 설정인 태일 역의 박정민은 촬영 당시 실제 나이가 32세, 상필 역의 정해인은 31세였습니다. 나이 문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약간 걸렸는데, 박정민의 짜증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느 순간 그냥 넘어가게 됐습니다.

    원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은 엔딩입니다. 원작에서는 사채업자들이 사업을 접고 태일 가족, 상필과 함께 조개구이집을 시작하는 따뜻한 결말이었습니다. 영화는 이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빌런으로 재설계했습니다. 제가 원작을 먼저 읽었다면 영화의 빌런 설정이 더 낯설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또한 원작에서 도착지는 원주였지만 영화에서는 군산으로 바뀌었고, 청양 버스 터미널을 CG로 군산 터미널처럼 꾸몄습니다.

    • 원작 엔딩: 사채업자들과 조개구이집 동업 → 영화: 냉혹한 빌런으로 재설계
    • 원작 목적지: 원주 → 영화: 군산(청양 버스 터미널을 CG로 대체)
    • 원작 태일 엄마 이름: 신세경 → 영화에서 이름 변경
    • 원작의 어두운 일진 설정 →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전면 순화
    요약: 「시동」은 원작의 어두운 분위기를 가족 관객에 맞게 대폭 순화했고, 빌런 설정과 결말까지 원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설계한 영화입니다.

     

    현장 비하인드: 애드립과 촬영 선택들

    영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대사를 애드립(Ad-lib)이라고 합니다. 「시동」을 보면서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마동석의 대사 중 상당수가 애드립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럼 넌 천재 / 응"이라는 태일과 거석의 짧은 맞받아치기, "산날보다 살날이 적은 사람한테도 그딴 식으로 얘기한 거예요"라는 팩폭 대사, 닭 인형을 들고 갑자기 등장하는 장면까지... 이게 다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특수분장(Special Makeup Effect) 도 몇 군데 쓰였습니다. 거석의 배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패드를 덧대 몸을 더 둥글게 만들었고, 장풍반점 주방장 캐릭터의 긴 눈썹은 분장팀이 몇 가닥을 길게 연장해 도사 같은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전혀 인위적이라고 느끼지 못했으니 미술팀과 분장팀의 완성도가 상당했다고 봅니다.

    세트(Set)  부분 역시 예상보다 훨씬 많이 활용됐습니다. 장풍반점 내부 홀, 아이들이 자는 숙소, 엄마의 토스트 가게, 고속도로 주행 씬까지 세트와 CG 합성으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하남시 신장동 골목 모퉁이에 지은 토스트 가게 세트는 현지에 원래 있었던 것처럼 위치까지 자연스럽게 설계됐습니다. 제 경험상 영화에서 "이건 세트겠지" 싶은 공간이 아니라 "딱 그 동네에 있을 것 같은 가게"가 나오면 몰입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촬영 장소도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찹쌀 순대국 집처럼 보이는 장풍반점 외관의 실제 위치는 군산이 아니라 청주시 사직동이었고, 찜질방 씬은 의정부의 J힐링 스포렉스, 공원 짜장면 씬은 원주 한지 테마파크에서 촬영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여러 지역을 조합해 만들어진다는 걸 알고 나면 영화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집니다.

    영화 제작 현장의 특수효과 및 세트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제작 관련 자료에서 국내 영화 산업의 평균적인 세트·CG 활용 비율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요약: 「시동」은 마동석의 애드립, 정교한 특수분장, 세트와 CG 합성이 씨줄 날줄로 얽혀 만들어진 영화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한 장면들이 완성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삭제 장면으로 보는 연출 의도

    편집(Editing) 단계에서 「시동」이 잘라낸 장면들을 모아보면 감독의 의도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가 직접 자료를 정리해 봤더니, 삭제된 장면 대부분은 경주와 상필의 서사였습니다.

    경주의 경우 원작에서 아빠 친구가 운영하는 복싱 체육관에서 추행을 당한 뒤 길거리 생활을 시작했다는 설정이 있었고, 이를 살린 씬도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편집에서 삭제됐습니다. 본인을 폭행했던 체육관 관장과 결판을 내는 장면, 택일이 경주의 싸움을 지켜보며 어설프게 안아주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은 "두 인물 사이에 멜로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담백하게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성 인물의 서사는 충분히 살려야 영화가 풍성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에서는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경주와 상필의 이야기가 많이 삭제되면서 영화가 택일과 거석의 코미디에 지나치게 기대는 구조가 됐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경주는 서사를 가진 인물이라기보다 택일 성장의 배경으로만 기능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건 아쉬웠습니다.

    반면 서브플롯(Subplot)을 과감하게 쳐낸 덕분에 택일의 성장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이어집니다. 학창 시절 친구가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세상의 무게를 처음 느꼈던 것처럼, 택일도 장풍반점에서 첫 월급을 손에 쥐는 순간이 이 영화의 실질적인 전환점입니다. 거석이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지 않고 "자기 일은 자기가 닦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사회생활 초반에는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주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한 번쯤 스스로 책임지고 부딪혀야 그게 진짜 내 선택이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국내 웹툰 원작 영화의 각색 방향성에 관한 분석은 출처: 계명대학교 영상학과 연구자료 등 학술 자료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작의 어두운 서사를 순화할수록 특정 인물군의 입체성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은 「시동」에도 꽤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요약: 삭제된 장면들은 대부분 경주·상필의 서사로, 태일 성장 중심 편집은 완성도를 높였지만 여성 인물의 입체성을 희생시킨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시동은 웹툰 원작이랑 많이 달라요?

    A. 꽤 많이 다릅니다. 원작은 주인공들이 삥을 뜯고 일진 짓을 하는 어두운 분위기인 반면, 영화는 철없는 고등학생 정도로 순화했습니다. 엔딩도 완전히 달라서 원작의 훈훈한 동업 결말이 영화에서는 빌런 응징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Q. 마동석 대사가 대부분 애드립이라던데 사실인가요?

    A.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애드립입니다. "그럼 넌 천재 / 응" 같은 짧은 맞받아치기부터, 닭 인형을 들고 갑자기 등장하는 장면, "산날보다 살날이 적은 사람"이라는 팩폭 대사까지 현장에서 즉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장면 수로 따지면 꽤 많은 비중이었습니다.

     

    Q. 경주 역 배우가 복싱 연습을 정말 많이 했나요?

    A. 복싱을 처음 접한 최성은이 신인의 패기로 엄청나게 많이 연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액션 신은 스턴트 대역을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세와 폼을 만들어내는 데는 배우 본인의 반복 훈련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선글라스를 벗으면 눈가에 멍이 보이는 디테일도 그 설정을 시각적으로 살려낸 장치입니다.

     

    Q. 장풍반점은 실제 군산에 있는 중국집인가요?

    A. 아닙니다. 외관은 청주시 사직동에서 촬영했고, 내부 홀은 별도 세트를 제작해 촬영했습니다. 영화에서 군산이 배경이지만 실제 군산에서 찍은 장면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청양 버스 터미널 간판을 CG로 군산으로 바꾼 것도 같은 방식입니다.

     

    결론

    「시동」은 마동석의 존재감과 코미디 코드만 소비하기엔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원작과의 각색 방향, 삭제된 장면들, 현장에서 즉흥으로 탄생한 장면들을 알고 다시 보면 왜 이 편집 선택을 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 경험상 영화는 비하인드를 알고 나서 두 번째 볼 때 더 재미있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동」이 딱 그런 케이스입니다.

    다만 경주와 상필의 서사가 많이 삭제되면서 인물의 입체성이 아쉽게 사라진 점, 특히 여성 인물들이 택일 성장을 위한 배경으로만 기능하는 장면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시동」이 말하는 출발은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원작 웹툰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j2PTXRJG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