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시절,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기쁘기보다 무서웠습니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현실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영화 만약에는 바로 그 감각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가난과 사랑이 충돌할 때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 무너짐 이후에 무엇이 남는지를 담은 작품입니다.집이란 무엇인가, 정원이 찾아 헤맨 것의 정체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집을 주제로 한 멜로라는 설명이 조금 추상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오히려 이 영화만큼 집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작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정원이 원한 것은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찾던 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안전 기지(Secure Base) 개념에 가깝습니다. 안전 기지란 영국 발달심리학자 존 볼..
첩보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사람, 과연 아군일까 적군일까." 영화 휴민트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도 같은 감각이 왔습니다. 저도 소방 현장에서 여러 기관과 협업하다 보면 상대를 믿어야 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끝까지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긴장감이 단순한 오락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심리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휴민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격보다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입니다. 여기서 심리전이란 상대의 판단력을 흐리거나 불신을 심어 행동을 유도하는 정보 전술을 말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감시당하고 있고, 누가 먼저 상대의 패를 읽느냐가 생사를 가릅니다.저는 현장에서 얻는 정보 하나가 상황 전체를 뒤바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