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보고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있다면, 역사는 바뀔 수 있었을까요? 영화 관상을 처음 봤을 때 저도 같은 질문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다루는 것은 관상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또 얼마나 질기게 버티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요.관상학이 드러내는 권력의 본질관상학(觀相學)이란 사람의 얼굴 생김새, 즉 이목구비의 형태와 배치를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운명을 읽는 전통 학문입니다. 동양에서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분야로, 조선 시대에도 인재 등용이나 중요한 결정에 참고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습니다(출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영화 속 주인공 김내경은 이 관상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본성을 꿰뚫어 봅니다. 수양대군을 처음 마주..
폐위된 왕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권력 쟁탈전이 아니라 밥상 한 끼에 집중한다면, 그게 과연 역사 영화로서 유효할까요? 처음 이 영화 소개를 접했을 때 저도 그 의문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마침 몇 년 전 영월 청령포를 직접 다녀온 기억이 겹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강으로 막힌 그 공간이 얼마나 철저한 고립을 의미하는지 몸으로 알고 나니, 이 영화가 왜 밥을 이야기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됐습니다 팩션(faction)으로 읽어야 하는 역사적 배경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팩션(faction) 장르로 분류됩니다. 팩션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을 뼈대로 삼되 감독의 상상력으로 살을 붙이는 서사 방식입니다. 역사적 토대가 탄탄할수록 그 위에 쌓아 올린 픽션의 감정적 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