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동」에서 삭제된 장면만 추려도 단편영화 한 편 분량이 나옵니다. 경주의 과거, 상필의 첫 월급, 택일의 화장실 씬까지, 제가 이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솔직히 감독이 상당히 아까운 걸 많이 잘라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원작 웹툰과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 현장에서 어떤 선택들이 있었는지 직접 파고들어 봤습니다.원작 웹툰과 영화의 결정적 차이일반적으로 웹툰 원작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시동」은 그 공식을 꽤 과감하게 깼습니다. 조금 작가의 원작 웹툰은 주인공들이 동네 일진짓을 하며 삥을 뜯는 꽤 어두운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그냥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순화했고, 완전히 다른 온도의 이야기가 됐습니다.싱크로율(Sync Rate) 즉,..
고향을 떠올릴 때 따뜻한 기억만 남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화 은 래퍼를 꿈꾸는 청년 김학수가 아버지의 병환 소식에 마지못해 고향 변산으로 내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 편하지 않았던 건, 학수의 이야기가 제 것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고향 콤플렉스 — 도망치고 싶었던 그 동네혹시 고향 이야기를 꺼낼 때 괜히 목소리가 작아진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그런 적이 있습니다. 고향이 어딘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대답은 했지만, 뭔가 뒤따라오는 설명을 덧붙이고 싶은 충동 같은 게 있었습니다. "거기가 이제 많이 발전했는데..." 하는 식으로요.학수도 비슷합니다. 서울에서 시급 6,000원짜리 알바를 하면서 쇼미더머니(Mnet의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에 해마..
첩보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사람, 과연 아군일까 적군일까." 영화 휴민트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도 같은 감각이 왔습니다. 저도 소방 현장에서 여러 기관과 협업하다 보면 상대를 믿어야 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끝까지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긴장감이 단순한 오락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심리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휴민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격보다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입니다. 여기서 심리전이란 상대의 판단력을 흐리거나 불신을 심어 행동을 유도하는 정보 전술을 말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감시당하고 있고, 누가 먼저 상대의 패를 읽느냐가 생사를 가릅니다.저는 현장에서 얻는 정보 하나가 상황 전체를 뒤바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