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올릴 때 따뜻한 기억만 남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화 은 래퍼를 꿈꾸는 청년 김학수가 아버지의 병환 소식에 마지못해 고향 변산으로 내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 편하지 않았던 건, 학수의 이야기가 제 것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고향 콤플렉스 — 도망치고 싶었던 그 동네혹시 고향 이야기를 꺼낼 때 괜히 목소리가 작아진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그런 적이 있습니다. 고향이 어딘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대답은 했지만, 뭔가 뒤따라오는 설명을 덧붙이고 싶은 충동 같은 게 있었습니다. "거기가 이제 많이 발전했는데..." 하는 식으로요.학수도 비슷합니다. 서울에서 시급 6,000원짜리 알바를 하면서 쇼미더머니(Mnet의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에 해마..
학창 시절 윤동주의 시를 줄줄 외우면서도 그게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몰랐습니다. 영화 를 보고 나서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는 문장이 시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필사적인 다짐이었다는 게 비로소 느껴졌습니다. 위대한 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열등감과 흔들림을 안고도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킨 청년의 이야기로 다시 읽혔습니다.창씨개명과 유학, 1943년의 선택이라는 벽영화를 보면서 제가 처음 멈칫했던 장면은 윤동주와 송몽규가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을 해야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창씨개명이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40년부터 조선인에게 일본식 성명을 강제로 채택하게 한 동화 정책입니다. 쉽게 말해 자기 이름을 버려야만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윤동주는 히라노 도주라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