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나오면서 분명히 눈물을 닦았는데,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하게도 인물이 아니라 장면만 떠올랐습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어린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는 나문희, 김수안 두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울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 남은 것이 생각보다 적어서 오히려 그게 더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공감의 질 — 인물에 울었나, 상황에 울었나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분명히 울컥했는데, 나중에 왜 울었는지를 되짚어 보니 특정 장면 때문이었지 두 사람의 관계가 마음에 쌓였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영화 비평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 중에 '감정적 서사 구축(emotional narrati..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이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처음엔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반신반의했습니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는 70대 노년의 첫사랑을 다루면서, 치매라는 무거운 소재를 슬픔의 도구로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의 본질을 다시 묻는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블록버스터를 개척한 감독이 왜 이렇게 조용한 영화를 만들었는지, 보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영화 배경: 장수마트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공동체혹시 영화 속 배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알게 됐을 때 꽤 놀랐는데, 촬영지인 장수마트는 원래 다른 이름의 마트였다가 영화 제작팀이 촬영을 위해 간판을 바꿨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장수마트라는 이름으로 실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한 편의 영화..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정작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 한 번쯤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정작 어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어머니한테 직접 들은 건 손에 꼽습니다. 영화 윤희에게는 그 낯익은 어색함에서 시작됩니다. 편지 한 장이 20년의 침묵을 깨는 이야기, 생각보다 훨씬 깊이 마음에 남았습니다.편지 한 장이 열어놓은 것들어느 날 세봄의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듭니다. 발신인은 일본 오타루에 사는 준. 수신인은 세봄의 엄마 윤희입니다.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딱 이 한 줄로 세봄은 엄마의 과거에 궁금증을 갖게 되고, 저도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이 영화는 내러티브 갭(Narrative Gap)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