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해발 8,849m)에서 하산하던 중 동료를 구하려다 눈사태에 휩쓸린 산악인의 실화. 처음엔 그냥 산 오르는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저는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었습니다. 정상 장면보다 다시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 오래 남았기 때문입니다.실화가 된 이유 — 산악인 엄홍길과 박무택의 이야기영화 〈히말라야〉(2015)는 실존 인물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그의 후배 박무택 대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란 지구상 해발 8,000m가 넘는 봉우리 열네 개를 모두 오르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14좌란 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등 인류가 정복하기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고봉들의 집합입니다. 엄홍길 대장은 이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 ..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불량학생이 성악 한다고?" 하며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파파로티는 김천예고를 배경으로, 전국을 떠돌던 문제아 장호와 한때 성악가를 꿈꿨던 음악 선생 상진이 서로를 살려가는 이야기입니다. 노래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붙잡는 방식, 그게 이 영화의 전부였습니다.장호라는 인물, 겉이 전부가 아니었다혹시 주변에 말투가 거칠어서 처음부터 거리를 뒀던 사람이 있으신가요? 저도 예전에 그런 친구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완전히 문제아 취급이었는데, 막상 가까이 지내보니 집안 사정도 복잡하고 혼자 버티는 시간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 친구도 누가 조금만 진심으로 대해주면 금방 표정이 풀렸는데, 장호를 보는 내내 그..
병실에서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지쳐 보이는 순간을 목격한 적 있으십니까. 저는 가족 중 한 명이 오랜 투병 생활을 할 때 그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바로 그 감각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17살에 아이를 가진 두 사람과, 태어날 때부터 늙어가는 아이 아르미의 이야기. 보는 내내 마음 한쪽이 묵직하게 눌렸습니다.조로증이란 무엇인가, 아르미의 하루영화의 중심에는 선천성 조로증(Progeria)을 앓는 열여섯 살 소년 아르미가 있습니다. 여기서 조로증이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신체가 정상보다 훨씬 빠르게 노화하는 희귀 질환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한 살을 살면 신체적으로는 대략 다섯 살을 먹는 셈입니다. 아르미는 나이로는 열여섯이지만 신체 나이는 이미 여든을 훌쩍 넘..
2002년 개봉한 영화 는 제작비 2억 원으로 417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잠시 멈췄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할머니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을까요. 다시 꺼내 본 이 영화에서 저는 어린 상우보다 할머니의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감동 포인트 — 억지 없이 스며드는 방식영화가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감동 포인트입니다. 할머니는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글도 읽지 못하며, 손자에게 제 마음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오히려 어떤 대사보다 크게 울립니다.상우는 처음부터 착한 아이가 아닙니다. 할머니를 '귀먹거리'라고 부르고, 비녀를 훔쳐 배터리를 사러 뛰쳐나가고, 요강을 깨고 낙서를 합..
처음엔 그냥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민원을 넣는 할머니와 원칙만 따지는 공무원의 티격태격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웃다가 어느 순간 울컥해버리는 영화, 2017년 개봉 후 8월 13일 재개봉하는 아이캔스피크 이야기입니다.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적 있으신가요공공기관 민원실이라는 공간은 참 독특한 곳입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납니다. 저도 예전에 구청에 서류를 떼러 갔다가 창구 앞에서 한참을 큰 목소리로 따지는 어르신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속으로 '저분은 왜 저러실까' 하고 생각했습니다.아이캔스피크의 옥분 할머니(나문희 분)가 딱 그런 인물입니다. 20년간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