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해발 8,849m)에서 하산하던 중 동료를 구하려다 눈사태에 휩쓸린 산악인의 실화. 처음엔 그냥 산 오르는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저는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었습니다. 정상 장면보다 다시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 오래 남았기 때문입니다.실화가 된 이유 — 산악인 엄홍길과 박무택의 이야기영화 〈히말라야〉(2015)는 실존 인물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그의 후배 박무택 대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란 지구상 해발 8,000m가 넘는 봉우리 열네 개를 모두 오르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14좌란 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등 인류가 정복하기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고봉들의 집합입니다. 엄홍길 대장은 이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 ..
고향을 떠올릴 때 따뜻한 기억만 남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화 은 래퍼를 꿈꾸는 청년 김학수가 아버지의 병환 소식에 마지못해 고향 변산으로 내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 편하지 않았던 건, 학수의 이야기가 제 것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고향 콤플렉스 — 도망치고 싶었던 그 동네혹시 고향 이야기를 꺼낼 때 괜히 목소리가 작아진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그런 적이 있습니다. 고향이 어딘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대답은 했지만, 뭔가 뒤따라오는 설명을 덧붙이고 싶은 충동 같은 게 있었습니다. "거기가 이제 많이 발전했는데..." 하는 식으로요.학수도 비슷합니다. 서울에서 시급 6,000원짜리 알바를 하면서 쇼미더머니(Mnet의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에 해마..
영화 은 단순한 재난 생존 영화가 아닙니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속에 갇힌 한 남자의 이야기를 빌려, 사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민낯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너진 터널보다 더 무서운 것이 화면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줄거리 — 터널이 무너지던 그 순간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향하던 평범한 직장인 이정수. 그가 터널에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고 천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터널 붕괴로 그는 차 안에 그대로 고립되고 맙니다.정신을 차린 정수는 즉시 신고를 합니다. 구조 요청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걸려온 전화가 언론사 기자였다는 장면..
2002년 개봉한 영화 는 제작비 2억 원으로 417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잠시 멈췄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할머니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을까요. 다시 꺼내 본 이 영화에서 저는 어린 상우보다 할머니의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감동 포인트 — 억지 없이 스며드는 방식영화가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감동 포인트입니다. 할머니는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글도 읽지 못하며, 손자에게 제 마음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침묵이 오히려 어떤 대사보다 크게 울립니다.상우는 처음부터 착한 아이가 아닙니다. 할머니를 '귀먹거리'라고 부르고, 비녀를 훔쳐 배터리를 사러 뛰쳐나가고, 요강을 깨고 낙서를 합..
영화 써니는 2011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736만 명을 돌파하며 그해 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웃기고 뭉클한 영화겠거니 했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연락 못 한 친구 얼굴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진 힘이었습니다.써니가 꺼낸 추억, 사실 나 얘기였다영화는 현재 시점의 나미가 병원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절친 춘화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춘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고, 죽기 전에 써니 멤버들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지막 부탁을 남깁니다. 이 짧은 도입부가 제 경우엔 생각보다 훨씬 세게 들어왔습니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오랜 친구와 멀어지는 건 싸워서가 아니라 그냥 서로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더군요. 연..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켰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도 딱히 눈에 띄지 않아서 그냥 시간이나 때우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고 10분도 안 돼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범죄 스릴러인데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영화, 그게 바로 끝까지 간다였습니다.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 이 영화의 배경저는 일이 꼬일 때 연달아 터지는 상황을 몸소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중요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날 컴퓨터가 먹통이 됐고, 복구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상사 연락이 쏟아졌습니다. 그 순간 진짜로 "세상이 나만 노리는 건가" 싶었습니다. 끝까지 간다를 보면서 그 감각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영화 속 고건수 형사는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날, 음주 상태에서 사람을 차로 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