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폭발 장면 위주의 재난 오락영화겠거니 하고 앉았는데, 중간부터는 휴대폰을 내려놓게 되더군요. 영화 백두산은 화산 지수(VEI) 8등급이라는 극단적 재난 설정을 한국적 감정선과 결합한 작품입니다. 재난 스펙터클과 인물의 선택 사이에서 이 영화가 어디쯤 서 있는지, 직접 보고 나서 정리해 봤습니다.백두산 폭발, 완전히 허구로 볼 수 없는 이유일반적으로 백두산 화산 폭발은 먼 미래의 이야기, 혹은 학자들끼리 하는 논쟁 정도로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몇 편 접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백두산은 실제로 지질학적으로 활화산(Active Volcano)으로 분류됩니다. 활화산이란 현재도 마그마 ..
복수를 끝낸 사람이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저는 잘 믿지 않습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잔인한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나 다시 보고 나서 완전히 다른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단순히 범인을 응징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복수가 사람을 어디까지 바꿔 놓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국정원 요원과 연쇄살인마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구조영화는 단순해 보이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주연이 눈 내리는 밤 연쇄살인마 장경철에게 납치되어 살해됩니다. 국정원 요원인 약혼자 수현은 범인을 찾아 복수를 결심하고, 그때부터 둘의 기묘한 추격전이 시작됩니다.제가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건 서사 구조 자체였습니다. 일반적인 복수 스릴러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향하는 단선적 플롯을 ..
솔직히 처음엔 그냥 마약 수사물이겠거니 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다가 1,500원에 독전을 구매할 수 있다는 걸 알고 큰 기대 없이 틀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 영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었습니다.이선생이라는 존재,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혹시 영화를 보면서 이선생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서 화면에서 눈을 못 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상태였습니다.독전은 마약 조직의 정점에 있는 인물 이선생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여기서 스릴러(thriller)란 극도의 긴장감과 반전을 통해 관객의 심리를 자극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독전은 이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이선생이라는 존재 자체를 하나의 미스터리로 만들어 버립니다. 영화 내내 이선생은 등장..
정의로운 사람이 처음부터 정의로웠다면, 그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가슴을 치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 변호인은 2013년 개봉 당시 1,1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기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땀에 젖었고,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단순히 슬퍼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였습니다.부림사건, 이 이름을 아십니까영화를 보기 전에 이 사건의 이름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군부 정권 하에서 부산 지역 학생과 청년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집단 기소된 사건입니다. 여기서 국가보안법이란 반국가 단체를 찬양하거나 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로, 군사 정권 시절에는 이 법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
"저 사람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습니까? 저는 유독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허당 천사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코미디로 풀어내면서도, 묘하게 가슴 한 켠을 건드립니다. 마냥 웃기기만 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하루하루가 벅찼던 시절, 이 영화가 공감된 이유혹시 하루 종일 일하고도 잠잘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을 상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영화 속 주인공 아지는 낮에는 마트, 밤에는 파트타임, 새벽에는 자신의 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우연히 억만장자 제프의 집에 심부름을 하러 갔다가 공석이 된 비서직에 지원하고, 단 일주일의 인턴십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려 합니다.저는 이 설정이 단순한 판타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이 질문을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멜로로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손예진과 정우성이 그려낸 수진과 철수의 이야기는 사랑이 무엇인지, 헌신이 어디까지인지를 정면으로 묻는 작품입니다.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사랑 앞에 놓일 때영화는 편의점에서 처음 마주친 수진과 철수의 엉뚱한 인연으로 시작됩니다. 수진은 건망증이 심한 여자로 처음에는 그 모습이 귀엽고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그런데 이 건망증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조발성 알츠하이머(Early-Onset Alzheimer's Disease) 진단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조발성 알츠하이머란 65세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