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도 감정은 끝나지 않는다. 영화 「연애의 온도」는 헤어진 연인이 같은 직장에서 매일 마주쳐야 하는 상황을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까운 지인이 겪었던 이별 후의 일들이 고스란히 떠올랐고, 그때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 또한 직장인이기 때문에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이별 심리 - 머리는 끝났어도 마음은 한참 뒤처진다심리학에서는 이별 후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미완결 경험(Unfinished Business)'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미완결 경험이란, 관계가 외형적으로 종료됐음에도 내면에서는 여전히 그 관계를 끝내지 못한 채 감정적 에너지가 계속 소모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영화 속 동희와 영이 딱 그랬습니다. 둘 다 입으로는..
예전에 가볍게 웃고 넘어갔던 영화라 다시 볼때 저는 이번에도 그냥 가볍게 웃고 끝낼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한 부부가 티격태격하는 코미디쯤으로 봤는데, 다 보고 나서 씁쓸한 기분이 한참 남았습니다. 2012년 개봉 당시 459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지금 다시 봐도 낡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권태기,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달랐습니다결혼 후 권태기(倦怠期)가 찾아온다는 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여기서 권태기란 처음의 설렘이 사라지고 상대방의 존재가 당연하게 느껴지면서 관계가 무감각해지는 시기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결혼 3~4년 차에 찾아온다고들 하는데, 제가 주변 부부들을 지켜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엔 1년도 채 안 돼서 온 것 같기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분명히 눈물을 닦았는데,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하게도 인물이 아니라 장면만 떠올랐습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어린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는 나문희, 김수안 두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울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 남은 것이 생각보다 적어서 오히려 그게 더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공감의 질 — 인물에 울었나, 상황에 울었나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분명히 울컥했는데, 나중에 왜 울었는지를 되짚어 보니 특정 장면 때문이었지 두 사람의 관계가 마음에 쌓였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영화 비평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 중에 '감정적 서사 구축(emotional narrati..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저도 한동안 혼자 다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체장애인 세하와 지적장애인 동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상호의존 —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약함이 아닌 이유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모르는 일도 혼자 끙끙 앓으며 붙들고 있는 편이었습니다. 도움을 구하면 능력이 없어 보일까 봐, 빚을 지는 것 같아서. 그러다 결국 기한을 넘기고 동료에게 민폐를 끼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용기 내어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한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문서 정리와 계획을 맡고, 동료는 현장 경험으로 빈 곳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정작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 한 번쯤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정작 어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어머니한테 직접 들은 건 손에 꼽습니다. 영화 윤희에게는 그 낯익은 어색함에서 시작됩니다. 편지 한 장이 20년의 침묵을 깨는 이야기, 생각보다 훨씬 깊이 마음에 남았습니다.편지 한 장이 열어놓은 것들어느 날 세봄의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듭니다. 발신인은 일본 오타루에 사는 준. 수신인은 세봄의 엄마 윤희입니다.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딱 이 한 줄로 세봄은 엄마의 과거에 궁금증을 갖게 되고, 저도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이 영화는 내러티브 갭(Narrative Gap)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