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나오면서 분명히 눈물을 닦았는데,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하게도 인물이 아니라 장면만 떠올랐습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어린 손녀의 이야기를 담은 는 나문희, 김수안 두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울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 남은 것이 생각보다 적어서 오히려 그게 더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공감의 질 — 인물에 울었나, 상황에 울었나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분명히 울컥했는데, 나중에 왜 울었는지를 되짚어 보니 특정 장면 때문이었지 두 사람의 관계가 마음에 쌓였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영화 비평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 중에 '감정적 서사 구축(emotional narrati..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저도 한동안 혼자 다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체장애인 세하와 지적장애인 동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상호의존 —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약함이 아닌 이유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모르는 일도 혼자 끙끙 앓으며 붙들고 있는 편이었습니다. 도움을 구하면 능력이 없어 보일까 봐, 빚을 지는 것 같아서. 그러다 결국 기한을 넘기고 동료에게 민폐를 끼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용기 내어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한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문서 정리와 계획을 맡고, 동료는 현장 경험으로 빈 곳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정작 아무것도 모른다는 느낌, 한 번쯤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정작 어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어머니한테 직접 들은 건 손에 꼽습니다. 영화 윤희에게는 그 낯익은 어색함에서 시작됩니다. 편지 한 장이 20년의 침묵을 깨는 이야기, 생각보다 훨씬 깊이 마음에 남았습니다.편지 한 장이 열어놓은 것들어느 날 세봄의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듭니다. 발신인은 일본 오타루에 사는 준. 수신인은 세봄의 엄마 윤희입니다.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딱 이 한 줄로 세봄은 엄마의 과거에 궁금증을 갖게 되고, 저도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했습니다.이 영화는 내러티브 갭(Narrative Gap)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