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끝낸 사람이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저는 잘 믿지 않습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잔인한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지나 다시 보고 나서 완전히 다른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단순히 범인을 응징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복수가 사람을 어디까지 바꿔 놓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국정원 요원과 연쇄살인마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구조영화는 단순해 보이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주연이 눈 내리는 밤 연쇄살인마 장경철에게 납치되어 살해됩니다. 국정원 요원인 약혼자 수현은 범인을 찾아 복수를 결심하고, 그때부터 둘의 기묘한 추격전이 시작됩니다.제가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건 서사 구조 자체였습니다. 일반적인 복수 스릴러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향하는 단선적 플롯을 ..
"저 사람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습니까? 저는 유독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허당 천사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코미디로 풀어내면서도, 묘하게 가슴 한 켠을 건드립니다. 마냥 웃기기만 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하루하루가 벅찼던 시절, 이 영화가 공감된 이유혹시 하루 종일 일하고도 잠잘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을 상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영화 속 주인공 아지는 낮에는 마트, 밤에는 파트타임, 새벽에는 자신의 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우연히 억만장자 제프의 집에 심부름을 하러 갔다가 공석이 된 비서직에 지원하고, 단 일주일의 인턴십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려 합니다.저는 이 설정이 단순한 판타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범죄 액션 영화를 골랐는데 정작 화면 속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총격전이 아니라 어느 남자의 침묵이라면, 그건 실패한 선택일까요.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정확히 그런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이름도 없는 남자가 사는 법 — 드라이버의 배경일반적으로 범죄 영화의 주인공은 뚜렷한 목적을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조차 없습니다. 이름도, 과거도, 가족도 없이 그저 '드라이버(Driver)'로만 불리는 이 남자는 낮에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고 영화 촬영장에서 스턴트 드라이버로 뛰다가, 밤이 되면 범죄자들의 도주를 돕는 게터웨이 드라이버로 변합니다. 여기서 게터웨이 드라이버란 범죄 현장에서..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우주 SF"라고 하면 거창한 영웅 서사만 떠올렸습니다. 근데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달랐습니다. 두려워서 도망치려 했던 평범한 과학 선생님이 끝내 스스로의 선택으로 누군가를 구하러 간다는 이야기. 보는 내내 제가 겪었던 어떤 순간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외계생명체 로키가 이토록 설득력 있는 이유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건 단연 외계 생명체 로키의 구현이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 로키는 갑각류처럼 단단한 몸과 거미를 닮은 형태로 묘사되는데, 팬들이 저마다 상상하던 모습보다 영화 속 로키는 훨씬 더 생동감 있고 감정이 느껴지는 존재로 그려졌습니다.흥미로운 건 로키의 설정이 순수한 상상이 아니라 과학적 추론(scientific reasoning)에서 출발했다는..
사회 초년생 시절,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기쁘기보다 무서웠습니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현실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영화 만약에는 바로 그 감각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가난과 사랑이 충돌할 때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 무너짐 이후에 무엇이 남는지를 담은 작품입니다.집이란 무엇인가, 정원이 찾아 헤맨 것의 정체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집을 주제로 한 멜로라는 설명이 조금 추상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오히려 이 영화만큼 집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작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정원이 원한 것은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찾던 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안전 기지(Secure Base) 개념에 가깝습니다. 안전 기지란 영국 발달심리학자 존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