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사도세자의 광기를 다룬 자극적인 사극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끝내 좁혀지지 못한 거리감이었습니다. 그 거리감이 너무 익숙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더 불편했습니다.영조와 사도세자, 비극이 시작된 역사적 배경영화 사도는 1762년 조선 영조 38년에 실제로 일어난 임오화변(壬午禍變)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임오화변이란 영조가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조선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극입니다. 이 사건의 전말은 혜경궁 홍씨가 직접 기록한 궁중 회고록 한중록(閑中錄)에 상세히 담겨 있으며, 영화 역시 이 문헌을 주요 서사의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여..
가장 순수한 사람이 가장 억울한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법은 그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2013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단순한 감동 영화라고 생각했다가 전혀 다른 감정을 안고 극장을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누명, 그 배경용구는 여섯 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입니다. 그는 마트 주차 요원으로 일하며 딸 예승이를 홀로 키우는 아버지이기도 하죠. 영화는 그가 어떻게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게 됐는지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보여줍니다.경찰청장의 딸이 골목에서 빙판에 미끄러져 사망한 순간, 용구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이가 쓰러지자 본능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고, 숨을 불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눈물 좀 나는 영화겠거니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1950년대 흥남철수작전부터 1980년대 이산가족 찾기까지, 격변하는 한국 근현대사를 한 남자의 삶에 압축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누적 관객 1,40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4위를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놓고 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어딘가를 건드렸는지 짐작이 됩니다.흥남철수와 파독광부, 제작진이 복원한 시대일반적으로 영화 속 역사적 장면은 어느 정도 과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뒤에서 알게 된 제작 방식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게 고증이 이뤄졌습니다.흥남철수 장면은 부산 다대포..
비행기를 타다 보면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저도 출장길에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만난 적이 있는데, 불과 몇 분 만에 손에 땀이 흠뻑 났습니다. 영화 비상선언은 바로 그 공포를 2시간 넘게 스크린 위에 올려놓은 작품입니다. 재난 블록버스터로서의 완성도와 한계를 동시에 가진 이 영화, 어떻게 봐야 할지 정리해 봤습니다.비행기라는 밀실, 재난영화의 배경이 되다재난영화 장르에서 공간 설정은 긴장감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입니다. 자동차나 기차는 멈출 수라도 있지만, 비행기는 그게 안 됩니다. 1만 피트 상공에서 문제가 생기면 승객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비상선언은 바로 이 밀폐된 공간이 주는 공포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영화는 공항에서 한..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엔 그냥 여름 코미디 영화로 봤습니다. 재난 설정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주인공 용남의 처지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초반부터 자꾸 마음이 걸렸습니다.취업 실패한 청년의 이야기가 현실인 이유일반적으로 재난 영화의 주인공은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가이거나, 적어도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용남은 대학 시절 클라이밍(암벽등반) 동아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지만, 졸업 후에는 취업에 수차례 실패한 채 어머니의 칠순잔치에서 친척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는 신세입니다.저도 한동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던 시기에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별 기대 없이 켰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도 딱히 눈에 띄지 않아서 그냥 시간이나 때우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고 10분도 안 돼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범죄 스릴러인데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영화, 그게 바로 끝까지 간다였습니다.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 이 영화의 배경저는 일이 꼬일 때 연달아 터지는 상황을 몸소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중요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날 컴퓨터가 먹통이 됐고, 복구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상사 연락이 쏟아졌습니다. 그 순간 진짜로 "세상이 나만 노리는 건가" 싶었습니다. 끝까지 간다를 보면서 그 감각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영화 속 고건수 형사는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날, 음주 상태에서 사람을 차로 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