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엔 그냥 여름 코미디 영화로 봤습니다. 재난 설정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주인공 용남의 처지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초반부터 자꾸 마음이 걸렸습니다.취업 실패한 청년의 이야기가 현실인 이유일반적으로 재난 영화의 주인공은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가이거나, 적어도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용남은 대학 시절 클라이밍(암벽등반) 동아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지만, 졸업 후에는 취업에 수차례 실패한 채 어머니의 칠순잔치에서 친척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는 신세입니다.저도 한동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던 시기에 ..
정의로운 사람이 처음부터 정의로웠다면, 그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가슴을 치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 변호인은 2013년 개봉 당시 1,1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기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손이 땀에 젖었고,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단순히 슬퍼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였습니다.부림사건, 이 이름을 아십니까영화를 보기 전에 이 사건의 이름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군부 정권 하에서 부산 지역 학생과 청년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집단 기소된 사건입니다. 여기서 국가보안법이란 반국가 단체를 찬양하거나 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로, 군사 정권 시절에는 이 법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
첩보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 사람, 과연 아군일까 적군일까." 영화 휴민트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도 같은 감각이 왔습니다. 저도 소방 현장에서 여러 기관과 협업하다 보면 상대를 믿어야 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끝까지 확인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긴장감이 단순한 오락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심리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휴민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격보다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입니다. 여기서 심리전이란 상대의 판단력을 흐리거나 불신을 심어 행동을 유도하는 정보 전술을 말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를 감시하면서 동시에 감시당하고 있고, 누가 먼저 상대의 패를 읽느냐가 생사를 가릅니다.저는 현장에서 얻는 정보 하나가 상황 전체를 뒤바꾸는..